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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역사/외전: 돈 이야기+

고려 상인들은 은병을 왜 숨겼을까?

by 머니 메이트 2025. 7. 24.

🪙 고려 상인들은 은병을 왜 숨겼을까?

– 금속화폐의 두 얼굴, 그 속에 감춰진 비밀

“고려 시대엔 동전도 있었고, 은으로 만든 화폐도 있었다는데 왜 상인들은 은병을 숨겼을까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돈은 대부분 지폐나 동전, 혹은 카드로 대체되고 있지만, 과거엔 눈에 보이는 실물 자산이 곧 화폐였습니다. 특히 고려 후기에는 ‘은병(銀甁)’이라는 은으로 만든 병 모양의 화폐가 등장하면서 상거래의 한 축을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당시 상인들은 이 귀한 은병을 드러내는 대신, 몰래 숨기거나 거래를 피하려고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오늘은 고려 시대 금속 화폐의 명암을 들여다보며, 은병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고려 상인들은 은병을 왜 숨겼을까?

 


📌 은병이란 무엇인가? – 고려 시대의 ‘고액 실물 화폐’

**은병(銀甁)**은 이름 그대로 은으로 만든 병 모양의 화폐입니다.
주로 고려 13세기 후반~14세기 초반에 사용되었으며,
고려 후기에 들어서며 동전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지닌 고액 실물화폐로 자리잡았습니다.

  • 📏 크기와 무게: 보통 600~700g 내외
  • 🔍 재질: 순도 높은 은
  • 💱 용도: 대규모 거래, 조세 납부, 공물 대체 등

은병은 단순한 귀금속이 아니라 경제 시스템 속에서 통용되던 통화 수단이었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대형 수표나 고액권 지폐에 가까운 기능을 수행했죠.


🧭 은병이 널리 쓰인 이유 – 고려 경제의 변화

고려 후기 경제는 단순한 자급자족을 넘어 무역과 시장 중심의 구조로 발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은병은 몇 가지 이유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 1. 동전의 부재와 불신

고려 초~중기 동안 만들어진 동전(예: 건원중보, 해동통보)은
유통량이 적고, 실제로 잘 쓰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동전보다 더 믿을 수 있는 실물 화폐를 원했고,
은병은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죠.

✅ 2. 국제 무역 수단으로의 활용

은은 중국·일본·아랍 등지에서도 인정받는 귀금속 통화였습니다.
특히 고려는 송나라, 원나라와 활발하게 무역하며 은으로 세금이나 물품을 대신 납부했고,
무역 상인들도 은병을 통해 거래를 이어갔습니다.

✅ 3. 실용성과 휴대성

은병은 모양이 일정하고, 병 형태라 휴대가 쉬웠습니다.
무게당 가치도 높아 보관이 편리했고, 고액 거래 시 매우 유용했죠.


❓ 그런데 왜 상인들은 은병을 숨겼을까?

이처럼 유용한 화폐였음에도 불구하고,
상인들은 은병을 공개적으로 거래하거나 많이 보유하는 것을 꺼렸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귀하니까 아끼자’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가치를 알았기에 숨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 1. 국가는 은병을 노렸다 – 세금과 징발의 대상

고려 말, 국가 재정은 극도로 악화되었습니다.
몽골과의 전쟁, 왕실의 사치, 귀족 중심의 토지 제도로 인해
정부는 상인과 부유층을 상대로 세금과 공물 징수에 혈안이 되었고,
그중 대표적인 대상이 바로 ‘은병’이었습니다.

“은병을 많이 가진 자는 국가의 물자 조달 책임을 다해야 한다.”
→ 이는 곧 은병을 가진 자 = 더 많은 짐을 져야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었습니다.


📍 2. 도난과 약탈의 위험

실물 화폐는 그 자체가 ‘부’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노출되면 곧 도둑의 표적이 되기 쉬웠습니다.
당시 치안이 불안정하고 전란이 빈번했던 고려 말기,
은병을 노린 약탈과 도둑질은 빈번하게 벌어졌습니다.

실제로 고려 말의 상인들은 은병을 땅에 묻거나, 비밀 창고에 감춰두는 방식으로 보관했다고 전해집니다.


📍 3. 위조와 사기의 증가

은병은 규격이 일정하지 않고, 단위 표시도 없었기 때문에
위조가 쉬웠습니다.
순은에 납이나 다른 금속을 섞어 만든 가짜 은병이 유통되기 시작했고,
정직한 상인들까지 피해를 입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은병 사용을 꺼리고, 다시 쌀·베·곡식 등 실물 자산 중심의 거래로 회귀하는 현상도 나타났죠.


🧠 은병은 실패한 화폐일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비록 은병이 동전처럼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진 않았지만,
고려의 고액 경제 활동, 국제 무역, 조세 체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중심 역할을 했습니다.

  • 💹 지폐 이전 단계의 고액 실물화폐
  • 💱 국제 거래용 보편 통화
  • 💰 공식 조세·공납 납부 수단

하지만 경제 시스템의 불완전함, 국가의 억압적 재정 정책, 위조 문제로 인해
자유롭게 유통되지 못하고 사라진 아쉬운 화폐이기도 합니다.


📊 요약 정리

구분내용
은병이란 고려 후기 등장한 은으로 만든 병 모양의 고액 실물 화폐
장점 고순도 은, 휴대 편리, 국제 통용 가능
주요 사용처 대규모 상거래, 무역, 세금 납부
상인들이 숨긴 이유 과도한 세금 부과, 도난 위험, 위조 가능성
역사적 의의 고려시대 경제 진화와 국제 통화 사용의 상징
 

💬 마무리 한 줄

고려 상인들이 은병을 숨긴 건 단순한 생존 전략이 아니라,
당시 경제 구조 속에서 고액 자산이 가졌던 양면성을 보여주는 증거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돈도, 기술이 변하고 시대가 바뀌면
또 다른 역사적 해석의 대상이 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돈의 역사를 아는 일은,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또 다른 창입니다.